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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는 아직도 니꾸사꾸를 메고 다니나'

  • bongki1101
  • 2021년 8월 13일
  • 1분 분량

아버지는 등에 맨 배낭 같은 가방을 보고는 ‘니꾸사꾸’라고 하셨다. 아마도 일본말인 듯 싶다.

등에 메고 다니는 backpack 스타일의 가방은 초등학생들이나 쓰는 가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버지 시대의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다.


옛날에는 중학생만 되어도 두툼한 서류 가방 같은 가방을 들고 다녔고,

대학생의 상징은 싸구려 레자로 만든 서류 가방이었다.


그러니 대학생이 된 작은 아들이 초등학생처럼 ‘니꾸사꾸’를 메고

학교에 가는 걸 보시고는뒷통수에다 대고

‘니는 대학생이 니꾸사꾸를 메고 다니나’며 한마디 하실 만 했다.


나는 아버지에게 늘 그런 아들이었다.

대학생이 되어도 초등학생 같은, 늘 뒤를 봐줘야 할 것 같은 그런 아들이었다.


어릴 적부터 작은 덩치로 몇 번의 수술을 해서 그런 것인지,

형과는 달리 그리 영리하지 못함을 염려하셔서 그런지,

혹은 잘 통하는 작은 아들에 대한 막연한 내리사랑 이신지 알지 못하지만

아버지는 늘 나를 애틋하게 보셨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아버지의 3대 걱정 중에 하나가 바로 ‘나’였다.


나는 아버지의 그런 시선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아버지의 속 깊은 사랑을 미처 다 알지 못해서 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별 신경 쓰지 않는 내 성격 탓이기도 했다.

오히려 내 눈에는 장남이라는 큰 짐을 지고 있는 아버지가 더…..

공부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지면서 들고 다니던 서류가방이 무거워

컴퓨터와 몇 권의 책이 들어갈 만한 니꾸사꾸 가방을 샀다.

나름 너무 학생티가 나지 않는 가방으로 샀다.


그래도 뒷통수에 대고 아버지가 한 소리 하실 것 같다.

‘니는 아직도 니꾸사꾸를 메고 다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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